봄의 숨결
수채 / 2026
Jaden Park
짙은 흑색 바탕 위로 둥근 색채들이 안개처럼 번져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노랑, 보라, 붉은 주황이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빛 덩어리를 이루고, 그 중심에 세운 십자가는 완전히 그려지기보다 주변의 빛에 스며든다. 수직과 수평으로 간단히 잡힌 선은 구조물이라기보다, 흩어진 색들을 조용히 묶어 두는 축처럼 서 있다.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는 이 부드러운 원형의 반복은, 촛불 뒤로 번지는 빛망울이나 기도 중에 감긴 눈꺼풀 안쪽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오른편에는 묵주를 쥔 손이 흰 선으로 스케치되듯 떠오른다. 단단하게 모인 손가락 마디와 구슬 하나하나가 세어지지만, 파스텔의 가루가 가장자리에서 흐려지며 손의 윤곽을 공기 속으로 풀어 놓는다. 실체를 또렷이 주장하기보다, 손끝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떨림과 숨의 리듬이 먼저 보이게 하는 처리다. 묵주의 끝에 매달린 작은 십자가는 화면 아래로 살짝 기울어져, 중앙의 큰 십자가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다. 기도하는 몸과 응답을 기다리는 공간 사이에,